명품업계가 빠진 한글의 매력은?… ‘독특’하면서도 ‘예술’적인 문자!
권세희 (ksh0710@donga.com ) 기자
2023-01-15 15:17:30
소리 나는 대로 쓸 수 있는 과학적인 문자 한글. 만들어진 시기와 목적, 창제자(처음으로 만들거나 제정한 사람)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문자라서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요.
외국인들 가운데는 한글의 모양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이들도 많아요. ‘흥’ 이라는 글자를 마치 모자를 쓴 눈사람처럼 여기기도 하는 것.
최근 해외 명품 브랜드들 역시 이런 한글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한글을 떡하니 넣은 옷을 디자인해 내놓고 있지요. 명품 브랜드들이 한글에 빠진 이유를 알아볼까요?
커다란 한글이 딱!
구찌에서 판매 중인 ‘코리아 익스클루시브 점보 GG 스웨트셔츠’. 구찌 홈페이지 캡처
‘코리아 익스클루시브 인터로킹 G 코튼 티셔츠’를 입은 모델의 모습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설날을 맞아 한국에서만 단독 판매하는 제품을 출시했어요. 지난 6일 내놓은 설 상품은 남성 및 여성 의류, 핸드백 등 총 46종! 구찌는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의 명절인 설날과 추석을 기념하는 한국 단독 제품을 내놓고 있어요.
이번에는 한글을 넣어 디자인한 상품을 출시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해요. 한글이 옷 전면에 쏙 들어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죠! 후드 제품인 ‘코리아 익스클루시브 점보 GG 스웨트셔츠’ 상품엔 브랜드를 대표하는 로고가 옷 전체에 촘촘하게 새겨져 있고, 옷의 앞면 중앙엔 ‘GOOD LUCK(굿럭)’이라는 영어와 함께 ‘구찌’라는 브랜드명이 한글로 쓰여 있어요. 구찌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징인 로고에 독창적인 감성을 더 했다”면서 “영어와 한국어로 각각 쓰인 문구로 매력을 강조했다”고 밝혔지요. 이 외에도 ‘코리아 익스클루시브 인터로킹 G 코튼 티셔츠’에서도 한글을 찾을 수 있어요. 이 옷들의 가격은 각각 320만 원, 89만 원으로 책정됐어요.
이번 상품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요. 해외 명품 제품에 한글이 크게 새겨진 것이 “독특하지만 난해하기도 하다”라는 평가도 있는 반면 K팝의 세계적 인기로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늘어난 만큼 한글 디자인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샤넬 수장도 사로잡은 아름다움
칼 라거펠트가 한국어 단어를 넣어 디자인한 재킷. 샤넬 홈페이지 캡처
오픈런(매장의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 열풍을 일으키는 프랑스 해외 명품 브랜드 샤넬. 이 브랜드의 국제적인 인기를 이끈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1933∼2019)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일찌감치 알아봤습니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그는 한국과 한글, 한복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거든요.
2015년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린 샤넬의 ‘2015-16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에서 칼 라거펠트는 한글을 샤넬 제품에 녹여냈어요. ‘샤넬 한글 재킷’은 검은 원단에 ‘샤넬’, ‘코코’, ‘한국’ 등의 한글 단어가 새겨진 옷으로 주목받았지요. 그는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자”라고 극찬한 바 있어요.
아울러 한글의 쓰기 방식에도 흥미를 보였어요. 칼 라거펠트는 “한국 사람들이 글씨를 쓰는 방식이 좋다, 마치 큐비즘 같다”고 말했거든요. 큐비즘은 20세기 초기에 프랑스에서 활동한 유파로 대상을 원뿔, 원통, 구 등의 형태로 나누고 새롭게 구성하면서 여러 방향에서 본 상태를 평면적으로 한 화면에 표현하는 방식을 말해요. 쉽게 입체파라고도 하지요.
한글은 풀어쓰기를 하는 알파벳과는 달리 초성·중성·종성으로 모아쓰기를 한다는 점에서 그 조형미(만들어진 형태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가 예술작품처럼 독특해요. 이런 특징 때문에 명품 브랜드를 선도하는 패션 거장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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